보르도 샤토는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을 가로막을 수 있는 전통적인 AOC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어제 샤토 라플뢰르(Château Lafleur)가 그 해답을 제시했다. 라플뢰르는 2025년 빈티지부터 자사 6종의 모든 와인에 대해 포므롤(Pomerol) 명칭 사용을 포기하고, 겉으로는 겸손해 보이는 “Vin de France(뱅 드 프랑스)”라는 표기로만 병입하기로 선택했다. 이 6종의 와인은 샤토 라플뢰르, 샤토 그랑 빌라주(Château Grand Village) 등을 포함해 기낭도(Guinandeau) 가문이 소유한 모든 샤토를 포괄한다.

지난 일요일, 기낭도 가문은 성명을 통해 자신들이 “틀에 박히지 않은 철학(off the beaten path philosophy)”을 따르며, 포므롤과 더 넓은 보르도 명칭 전체를 떠나는 것과 같은 “강력하고 때로는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원인으로는 “빠르고 강력한” 기후 변화가 지목되었다. 다만, 이 가문은 1936년부터 속해 있던 포므롤 산지와 결별하게 만든 구체적인 원인이 되는 산지 규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이번 결정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완전한 자유”를 얻으려는 전략적 노력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관개(灌漑)나 대체 품종의 잠재적 사용처럼 현재 까다로운 산지 규정에 의해 금지된 기법을 도입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가치 하락이라는 인식 리스크를 수반하지만, 샤토 측은 대표 와인의 품질, 가격, 정체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온난화하는 세계에서 와인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진화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생각하고, 재적응하고,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샤토 라플뢰르의 소유주인 기낭도 가문은 밝혔다. 유럽을 강타하는 폭염이 점점 더 빈번하고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포도밭과 양조 시설 모두에서 보다 실용적인 접근법이 품질 보증은 물론, 가장 근본적인 지속을 위해 필수적이 되었다. 샤토들은 수세기 전통과 현대적 조건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방식으로 변화를 수용하고자 하지만, 구세계의 산지 명칭 제도는 기후 변화와 극한 기상 현상이라는 위협에 주요 생산자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진화하지 못했다.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2021년에는 보르도에서 새로운 품종 6종(투리가 나시오날 Touriga Nacional, 마르셀랑 Marselan, 카스테 Castets, 아리나르노아 Arinarnoa, 알바리뉴 Alvarinho, 릴리오릴라 Liliorila)의 재배가 공식적으로 허용되었다. 또한, 장기 가뭄으로 인해 프랑스 산지 법규 제정 및 집행 기관인 INAO가 2022년 빈티지에 한해 관개를 허용하는 예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주요 생산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라플뢰르가 보다 유연한 요구 사항을 가진 Vin de France 체계에 따라 와인을 생산하기로 한 결정은,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이탈 사례가 등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수년 동안 유럽 와이너리들은 포도 재배와 양조 방식 모두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해 왔다. 포도밭에서는 산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확 시기를 몇 주나 앞당기고, 과실을 일소 피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캐노피 관리 기법을 도입하며, 가뭄과 고온에 강한 포도 품종을 식재해 왔다. 의미 있는 변화로, 보르도와 같은 전통적인 산지는 마르셀랑과 투리가 나시오날 같은 새로운 품종을 블렌딩용으로 공식 승인했고, 다른 지역들은 더 높은 고도나 북향 사면에 포도를 심어 더 서늘한 미소 기후를 찾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동시에, 적응은 양조 시설과 비즈니스 전략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양조가들은 더 잘 익은 포도로도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들기 위해 산도 보정(산 첨가)과 보다 부드러운 추출 같은 기법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에너지 효율과 물 절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더 넓은 차원에서는 업계 전반에서 지속 가능성 인증 취득과 탄소 발자국 측정에 대한 노력이 크게 강화되었고, 단순한 완화(mitigation)를 넘어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기후 회복력을 핵심 운영 전반에 내재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